며칠전 라디오를 들었는데 마침 '메이비의 볼륨을 높여요' 가 막 시작되는 참이었습니다. 오프닝으로 나오는 노래가 처음 듣는 곡이긴 한데 굉장히 익숙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MISIA의 'Never Gonna Cry!' 와 클라이막스 부분의 코드진행이 똑같더군요.
♪ 메이비의 I Wish
♪ Misia의 Never Gonna Cry!
코드가 똑같다고 해서 이건 표절이라는 게 아니라,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듣기 좋은 코드진행은 한정되어 있다' 입니다.
두 곡의 후렴부분(클라이막스)의 코드진행은 다음과 같습니다. 두 곡 다 C조 기준으로 표시했고, 간단하게 표시하기 위해 7 같은 숫자는 안 썼습니다. '/' 는 4 비트마다 끊기 위해 넣었습니다. (마디가 바뀐다고 보시면 됩니다.)
C / Bm E / Am / Gm C / F / Em Am / Dm / G / C
-1 +3 -4 -1 +3 -4 -1 +3 -4 +3 -4
규칙적입니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면서 계속 내려가는 구조입니다.
이건 무지무지무지무지무지무지 많이 쓰이는 아주 상투적인 코드 진행입니다.
이번엔 이 진행을 크게 뭉뚱그려서 간단하게 보겠습니다.
C / Bm / Am / Gm / F / Em / Dm (G) / C
-1 -1 -1 -1 -1 -1 -1
계이름으로 하자면 도 시 라 솔 파 미 레 도 이렇게 한칸씩 떨어지는 진행입니다.
(계속 반복하면 무한정 돌릴 수도 있습니다.^^;)
자바 프로그램으로 말하자면 출력을 하려면 System.out.println()을 쓰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코드진행이죠.
I Wish 와 Never Gonna Cry! - 두 곡의 작곡가 모두 '인간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자연스러운 코드진행의 저장소'에서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걸 골라 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반면 어떤 독창적인 곡이 있는데 다른 곡의 진행이 그 곡과 똑같다면 그건 표절이 되겠지요.
물론 누구나 아는 코드진행을 썼다면 그걸 누구나 베껴 써도 상관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글로 쓰려니 참 힘드네요.^^; 대략 잘 이해해 주세요.
위 두 곡 말고도 음악들을 듣다 보면 비슷한 진행의 곡들은 아주아주 많거든요.
저도 가끔 곡을 만들 때 신나서 막 만들었는데 나중에 보면 다른 곡과 똑같거나 비슷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예전에 들었던 곡에 영향을 받은 경우도 있고, 반면 비슷한 곡은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만들고 나서 한참 있다가 비슷한 곡을 본 적도 있고요.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건 벌써 수십년전에 다 써먹었잖아!' 이겁니다.^^;
대중음악에서 쓸 수 있는 코드진행은 많은 것 같아도 실제로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C 코드 다음엔 C D E F G A B 중의 하나, 그리고 그 다음엔 또 다시 C D E F G A B 중의 하나.. 이런 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면 코드진행의 가짓수는 7*7*7*... 무한대가 되겠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좋다고 느끼는 진행은 물론 많긴 하지만 엄청나게 많진 않으니까요...
현대음악처럼 창의적으로 했다가는 바로 망할 거고. 대중적이면서도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두 가지 상반되는 목표를 다 만족하는 곡을 쓰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저도 훗날 '스탠다드' 가 되는 '노래(사람이 부를 수 있는 노래. 연주곡 말고)' 를 언젠가는 꼭 만들고 싶습니다만 언제나 이루어질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메이비는 이번 곡을 계기로 들어 봤는데 노래도 잘 하고 곡도 좋더군요. 요즘 다들 워우워우워 소몰이에 한창인데 간만에 정갈하게 노래부르는 걸 들어서 또 좋았습니다. 멜론에서만 듣고 있는데 나중에 CD를 사야겠습니다. 가수보다 작사가로 먼저 유명했던 메이비, 대성하길 바래요.
Posted by liquidbi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