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둘러쌓지 맙시다

'둘러쌓인'

이제는 '둘러싸인'을 몰아내고 표준어가 되어 가는 것 같은데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쌓다'는 무언가의 위에 무언가를 올린다는 말이고 (수직적인 얹기 : pile up, stack)
'싸다'는 어떤 물건의 주위를 둘러서 가린다는 말이라서 (수평적 또는 전방위적인 감싸기 : wrap)
보통 이야기하는 '동일평면상의 감싸기'의 경우에는 '둘러싸다 - 둘러싸인'을 써야 합니다.

(물론 '집 주위에 담을 둘러쌓다' 와 같이 어떤 물체 주위에 어떤 물건들을 빙 둘러서 올려 쌓는 경우에는 '둘러쌓다 - 둘러쌓인'을 사용합니다만 이런 경우는 훨씬 적습니다.)


'나는 친구들에게 둘러쌓여 있었다' 는 애초에 말이 안 되지만 그래도 뜻풀이를 한다면 나는 맨 아래 가운데에 있고 내 주위를 빙 둘러서 친구들이 산더미처럼 올라가서 쌓여 있다는 말이 됩니다. (나는 벌써 압사했겠습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책에서 애벌레들이 산을 이루면서 쌓여 있는 모습이 상상되는군요.


방송이고 신문이고 이제는 '둘러싸인'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백이면 구십구는 '둘러쌓인' 입니다.
더이상은 쌓지 맙시다. 자꾸자꾸 쌓으면 대기권 밖으로 올라갑니다.

Posted by liquidbird

2007/02/04 10:39 2007/02/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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