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도서 기타등등의 컨텐츠 공유와 다운로드로 인한 문제의 본질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탈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에 있습니다.
more..
과거에는 문화상품은 레코드,TAPE,비디오테잎,책 등의 물질 자체에 가치가 있었습니다.
또한 원본을 복사할수록 화질/음질이 나빠져 가치가 떨어졌으므로 원본에는 특별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과거라고 복사본이 없지 않았습니다. 빽판도 있었고 리어카 테잎도 있었지만 이것이 원본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디지탈 시대에서는 컨텐츠 자체에 가치가 있고 더이상 원본으로서 별다른 가치가 있지 않습니다.
물론 원본에는 CD자켓, DVD케이스나 부록 등이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플러스 알파입니다.
아무리 복사를 하더라도 처음 원본의 상태가 전혀 손실없이 그대로 보존되므로 가장 중요한 컨텐츠에 있어서 원본이 가지던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 핵심이지요.
따라서 과거에는 원본이라는 물질이 돈을 주고 살 가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특별히 소장해야 할 이유가 있는 원본이 아닌 이상 다운받은 것으로 충분합니다.
원본과 완전히 동일한 것을 다운받을 수도 있고, (예를 들어 음악의 경우 MP3 대신 APE를 찾아서 받으면 됩니다. - CD는 WAV로 추출되고, APE는 WAV를 전혀 손실없이 원본의 절반 정도 크기로 압축합니다. APE를 압축해제하면 원래의 wAV로 돌아갑니다. 물론 APE로 압축된 상태로도 재생이 가능하고요.) 100%원본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아주 조금) 양보할 생각만 있다면 원본에 가까운 대체본을 다운받아도 충분히 만족할 만합니다.
WAV 대신 MP3, DVD 대신 DIVX파일을 받아서 듣고 보아도 원본과 비교해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 별 손색이 없습니다.
이것은 상점에서 사기보다는 누군가 올린 것을 다운받는 방법으로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 경우 컨텐츠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지 않습니다.
유료 다운로드 사이트의 경우 다운로드 요금(보통 용량에 비례해서 매겨지는)은 그 회사의 수입이 될 뿐 그 음악/영화의 작곡가/가수/제작자/감독/배우에겐 한 푼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문제는 시대는 이렇게 변했는데 사람들의 인식은 그에 맞춰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닌지라, 컴퓨터가 나왔고 CD가 나왔고 MP3가 나왔지만 그래도 디지탈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 머리가 아날로그인데 어떻게 디지탈로 생각을 해!)
예를 들어 '이 MP3는 원본의 87%의 가치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생산자에게 지불해야 한다.' 라고 일부러 생각할 수는 있고, 그것이 옳다고도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게 자연스럽지가 않습니다. 아직 사람은 재화와 재화의 교환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형태가 없는 컨텐츠(정보)도 원래부터 교환의 대상이긴 했지만, 일반인이 일상적으로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그런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애플의 뮤직스토어에서처럼 무형의 컨텐츠를 일상적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 건 정말 얼마 안 된 일입니다.
따라서 CD라는 물건을 남한테서 훔치면 도둑이라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MP3(아니면 원음 그대로의 APE라도 무관)를 다운받으면 그건 훔친다는 인식이 그다지 없습니다. 그런 생각이 잠깐 들 수도 있지만 그냥 지나갑니다.
디지탈시대는 너무 빨리 왔고 그 속도에 사람이 맞춰서 적응할 수는 없었지요.
이미 와버린 새로운 시대와, 아직 따라오지 못한 인간 사이의 괴리를 줄이고 정당한 방법과 적절한 비용으로 컨텐츠를 획들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나와야 하는데, 제가 생각해 봐도 무슨 방법이 있을지, 언제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방법이라 하면 어쨌든 뭔가 제약이 가해져야 하는데 과연 그런 방법밖에 없는지..
모두가 원본을 가질 수 있는 디지탈 시대에 어떤 해법이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원본을 만들 수 없도록 하는 여러 조치들이 있었지만 별 소용 없었지요. CCCD처럼 컴퓨터에서 WAV로 추출되지 않도록 만든 CD도 있고... MD플레이어에도 몇 가지 제약이 있고... 이제까지 많은 방법으로 제한을 두려고 노력해 보지만 단지 사용을 조금 불편하게 만들 뿐, 근본적으로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화면에 보이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대로 캡쳐하면 되고, 음악도 그대로 녹음하면 되고, 동영상도 내부적으로는 아무리 암호화되어있다 해도 녹화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디지탈이란 결국 '존재하는 것은 원본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이런 이야기와는 별도로, MP3(또는 영화)를 그냥 다운로드받아도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음악이 좋으면 CD를 사서 듣는다. 이런 저질 음악은 그냥 MP3로 들어도 된다'
->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저질 음악이면 안 들어도 됩니다. MP3로는 왜 들어야 하는지.
'들어 보고 좋으면 CD를 산다.'
-> 그래서 좋으면 정말 CD를 다 사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나 음악을 다운받을 수 있어도 어차피 극장 갈 사람은 다 가고, CD살 사람은 다 산다.'
-> 실제로 영화를 다운받아 보고, 음악을 다운받아 들으면 영화관에 가거나 CD를 사는 사람이 줄어듭니다. 볼 사람은 다 가서 보고 살 사람은 다 사서 듣지 않습니다.
일부는 극장을 가고 일부는 CD를 사지만, 원본에 필적하는 (또는 원본과 동일한) 복사본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데 일부러 돈 주고 원본을 사는 사람은 정말 그 가수의 팬이거나,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봐야 제맛이라고 생각하거나, 다운받는 게 복잡하고 어려운 사람들이거나, 음악가나 영화감독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거나..
기타등등 여러 가지 이유의 일부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다운을 받을 일이 생긴다면 최소한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받아야겠지요...
음악의 경우 전통적인 CD수입은 급격히 감소하고 벨소리/컬러링 등의 2차 시장에서 도는 돈이 커지는 실정인데,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그에 맞는 성향의 음악은 그래도 돈을 벌겠지만 벨소리/컬러링이 될 수 없는 음악들은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암울합니다.
영화 '데몰리션 맨'을 보면 그 시대(미래)의 음악은 지금의 20초짜리 CF음악처럼 짧은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짧은 만큼 듣기 좋고, 강하고, 단순하고, 그 자체가 클라이막스이고..
결국 이렇게 극도로 대중적인 것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찾는 사람은 대중적인 음악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 돈을 지불하고, 세상에 몇 명 남아있지 않은 전통음악 장인을 직접 불러서 라이브를 듣거나 해야겠지요.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경우를 상상한 것입니다만, 이렇게는 되지 않더라도 방향 자체는 분명히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MP3 다운로드라는 게..
음악을 만들어 팔고, 이로써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시면 참 막막할 겁니다. 열심히 만들어서 음반을 냈더니 반응은 참 좋은데 다 다운로드받아서 듣고 CD는 안 사서 실제로 수입이 없다. 다운로드받느라 돈낸다고 불평들은 하는데 그 돈은 공유사이트 회사에 들어가고 나한테는 한 푼도 안 온다. 가뜩이나 내 곡들은 대중가요가 아니라 노래방에서 수입도 없고 벨소리도 안되고 컬러링도 안 되어서 부수입도 없다.
그래서 결국 음악 때려 치웠다.
이렇게 됩니다. 안 될 것 같지만 됩니다.
TV에 나오는 사람들만 가지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거기엔 성공한 사람들만 나옵니다. 이미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나옵니다.
홈페이지에 음악 가져다 썼다고 고소당하지도 않고, 좋은 음악 만들면서 정당하게 받을 것 못 받는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문화를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시스템)이 빠른 시간 안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osted by liquidbird

